현재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서비스를 이용해 전국 주요 지역에 서버를 설치해 놓고 콘텐츠를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씨디네트웍스 같은 회사가 CDN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자의 컴퓨터를 서버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전국 각지에 서버를 구축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드 딜리버리란=1999년 빅토리아 시크릿이 개최한 패션쇼와 2001년 `911 테러'는 전통적 인터넷의 기술적 한계를 전 세계가 인지한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1000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견디지 못한 서버로 인해 정상 서비스가 불가능해진 것이죠. 두 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기술보다 나은 인터넷 전송 가속 방법이나 네트워크 성능 향상 기법 등이 모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주목받던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기술과 P2P 기술은 콘텐츠 딜리버리(content delivery) 영역에서 그리드 기술을 콘텐츠 딜리버리 분야까지 확대해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이란 콘텐츠를 전송할 때 사용자의 컴퓨터를 각각 작은 서버로 활용, 사용자가 콘텐츠를 내려 받아 즐기면서 다른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하도록 고안된 기술입니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콘텐츠의 이용자인 동시에 전송자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들끼리 콘텐츠를 주고 받는 P2P(Peer―to―Peer) 기술의 변형인 셈이죠. P2P가 개인들끼리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라면 그리드 딜리버리는 콘텐츠 사업자가 사용자의 컴퓨터 일부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간혹 P2P와 그리드 딜리버리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드 딜리버리가 P2P를 발전시킨 형태라는 점에서 구조와 개념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작 시간, 저장하는 객체, 하드디스크 및 네트워크 자원 사용의 제한 여부가 두 기술간 차이점입니다.
◇그리드 딜리버리를 둘러싼 이슈들=그러나 최근 그리드 딜리버리가 활용하는 `사용자 자원'이 일반 사용자들의 개인 PC이며, 이로 인해 사용자들 PC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업체들이 약관 등을 통해 사용자 PC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사용자 컴퓨터의 유휴자원을 활용한다지만 누군가 내 컴퓨터를 허락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사용자들이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드 딜리버리에서는 클라이언트에 데이터 일부가 저장되기 때문에 보안과 관련, 특별히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상당수 전송 솔루션은 콘텐츠 보호를 위해 별도 DRM을 채택하기도 하며, 일부 기업은 DRM 없이도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의 경쟁력은 사용자 자원을 얼마나 적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드러납니다.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관련 기술은 낮은 사양의 PC에서 게임과 그리드 딜리버리를 이용한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해도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클라이언트 부하를 낮추고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 서비스들에 적용되고 있는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에만 동작하도록 동작 시간을 제한하고 있고, 여유 공간의 4분의 1 또는 정해진 크기 중 작은 용량만 사용해 하드디스크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드 딜리버리는 서버 이외의 클라이언트 자원을 사용하게 되므로 사용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는 동의가 필요한 이유, 사용되는 자원의 양, 자원이 사용되는 제한적인 경우를 명시, 사용자의 이해를 도와야 합니다. 모든 사용자에 대한 일괄 적용을 벗어나 동의를 한 사용자에게만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향후 전망=주문형오디오(AoD), 배경음악(BGM), 주문형비디오(VoD), 셋톱박스(STB)를 이용한 VoD, IPTV, 대용량 파일 전송서비스, 그룹웨어를 통한 사내 파일 전송 서비스 등 서비스 품질이 중요한 분야들에서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 적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40개 이상의 인터넷 기업이 피어링포탈의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BBC의 온라인 방송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이 적용됐으며, 베리사인과 아카마이는 CDN서비스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적용하고자 관련 업체를 인수ㆍ합병(M&A)했습니다. 주스트와 같이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직접 개발해 인터넷 TV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드 딜리버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그런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 각 국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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